이미지 확대/축소가 가능합니다.

닫기

본문 읽기
_나는 “지나 보면 별일 아니야.”라는 말에 썩 위로받지 못한다. 누군가 내게 그 말을 하거나, 그런 구절을 읽으면 잔뜩 인상을 쓴 채 되묻는다. “그건 결국 지나가야 해결된다는 거잖아요. 나는 지금 해결하고 싶다고요!” 하고 말이다. 과거는 별일 아닐지 모르지만,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간은 현재다. 현재의 고민은 현재 해결되어야 한다.
P. 12

_인생이 매일 즐거울 수만은 없다. 짜증 나는 일도 많고, 하기 싫은 일을 하거나 못마땅한 상황에 맞닥뜨릴 때도 있다. 나는 열한 살 소녀 폴레케에게 인생을 배웠다. 그렇지, 인생은 사실 가끔(어쩌면 자주) 구역질 나잖아.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.
P. 68

_섬에 홀로 사는 남자가 외롭지 않았던 건, 자신을 응원하고 지켜봐 주는 여자의 존재 때문이었다. 둘은 서로에게 메시지를 보낸다. 남자는 여자가 볼 수 있도록 모래로 글씨를 쓰고, 여자는 병에 편지를 넣어 남자에게 보낸다. 두 사람은 서로의 메시지를 간절히 기다린다. 표류된 남자를 고립되지 않게 도와준 건 여자고, 결국 여자를 방 밖으로 꺼내 준 건 남자다. 서로를 향해 갈 수 있도록 남자와 여자는 둘 사이에 다리를 만든다.
P. 121

_도대체 우리는 왜 걷는가. 무엇을 위해 걷는가. 만복이는 발에 물집이 잡히고 피가 나며 우여곡절 끝에 대회장에 도착하고, 정작 대회장에서는 걷다가 벌러덩 누워 버린다. 그리고 한마디 남긴다. “안 할래요.”
P. 176

_어쩌면 십 대 아이들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강한지도 모른다. 아니, 강한 게 맞다. 웬만하면 잘 부러지지 않는 게 아이들이다. 요즘엔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오른손을 들어 보라고 시킨다. 그 손 안에는 말랑말랑한 너희들이 있다며, 상상을 하며 만져 보라고 한다. 그리고 절대 이걸 잊지 말라고 알려 준다.
P. 226